기억은 변화한다
적어도 5년 전에 있었던 특정 사건을 떠올려보자. 결혼식이 될 수도 있고, 가족 모임이나 친구들과 함께한 저녁식사, 혹은 휴가 기간의 기억도 괜찮다. 함께 있었던 사람들과 장소를 떠올려보자. 그 일이 있었던 날의 날씨, 혹은 그날 본인의 복장까지 모두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사건에 대해 회상을 시작하면 의식 속에서는 짧은 영화가 한 편 상영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우리는 이러한 방식으로 기억을 경험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억이 마치 파일로 저장된 영화처럼 절대로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벌어지는 일은 상상과 다르다. 실제로 기억은 회상할 때마다 재건된다. 기억은 하드디스크에 저장되는 파일처럼 뇌의 특정 부위에 고이 저장돼 있는 단편 영상이 아니다. 기억은 회상할 때마다 매번 새로 활성화되는 신경 경로다. 이것은 일부 흥미로운 효과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원래의 사건이 종료된 이후에 생긴 또 다른 사건은 전자의 기억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목격자의 진술이 미덥지 못한 이유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재구성 기억과 관련한 연구를 위해 오토바이 사고 동영상을 피실험자들에게 보여줬다. 동영상 상영 후 로프터스는 '가해 차량이 피해 차량을 들이받았을 때의 속도는 얼마나 빨랐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들이받다'와 '충돌하다'라는 단어 차이에 따라 피실험자들은 차량의 속도를 다르게 평가했으며, 일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깨진 유리창까지 봤다고 대답했다. 이 연구 결과는 사람들의 기억이 외부의 단어 선택에 따라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기억을 잊는 것은 좋은 것이다
우리는 기억력 상실을 문제처럼 취급하지만, 사실 기억을 잊어버리는 것은 인간의 생존과 적응에 필수적이다. 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를 경험하고 이를 모두 기억해야 한다면 뇌의 부담이 과중되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뇌는 자동으로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고, 중요한 정보만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람들이 늘 기억을 잊어버린다는 점을 고려해 정보 디자인을 해야 한다. 중요한 정보는 사용자가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사용자 경험(UX) 설계에서 중요한 정보를 시각적 요소나 경고 메시지를 통해 강조하고, 검색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억을 강화하는 방법
기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반복 학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복적인 복습을 통해 뉴런 간의 연결이 강화되며, 정보가 더 오래 기억 속에 남게 된다. 또한, 정보를 의미 있는 방식으로 조직화하는 것도 기억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연관된 개념끼리 그룹화하거나 스토리텔링 방식을 활용하면 기억 속에 더 잘 남을 수 있다.
수면도 기억 형성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수면 중에 뇌는 낮 동안 습득한 정보를 정리하고 강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은 학습한 내용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