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게으르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다소 과장된 견해일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과업을 완료하는 데 있어 최소한의 노력만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인류가 오랜 진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터득했다. 필요한 자원을 얻기 위해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불필요한 노동을 줄이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 오히려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 패턴은 '만족화(Satisficing)'의 원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은 만족화 개념을 제시하며, 사람들은 최적의 결정을 내리기보다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선택사항을 완벽하게 분석하려면 시간과 자원이 너무 많이 소모되므로, 사람들은 '적절한 수준에서 만족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여긴다. 사이먼의 이론은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웹사이트 및 소프트웨어 디자인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스티브 크룩(Steve Krug)은 그의 저서에서 사람들이 웹사이트를 이용할 때 만족화의 원리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사용자는 전체 페이지를 정독하지 않고,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스캔하고 가장 적합한 링크를 클릭하는 데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놓칠 수 있지만, 사용자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위해 더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크룩은 웹사이트 디자인이 옥외 광고판과 같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용자가 정보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명확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미국 몇 개 주 정부의 홈페이지를 비교했을 때 메인 주와 텍사스 주의 웹사이트가 다른 주보다 사용하기 쉽다는 인상을 주었다. 두 웹사이트는 넓은 여백과 큰 글꼴을 사용하고 있으며, 텍사스 주의 경우 중앙에 검색 창을 배치함으로써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첫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방문자가 웹사이트를 더 오래 사용하게 만들기 위해 직관적인 디자인이 필수적이다.
또한, 키보드 단축키 사용 사례를 보면 만족화 원리가 잘 드러난다. 단축키를 이용하면 작업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단축키가 너무 복잡하거나 찾기 어렵다면 사람들은 기존의 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따라서, 단축키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웹사이트에서 기본값 설정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쇼핑 사이트에서 최근 배송지를 기본값으로 설정할 경우, 사용자가 실수로 잘못된 주소로 주문할 위험이 있다. 기본값을 제공하되, 사용자가 이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명확한 안내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지루한 업무를 수행할 때는 지루함을 인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동기 부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자가 자신의 목표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사용자가 관심 있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추가하도록 유도하며, 구매까지의 단계를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만족화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최소한의 노력을 들여 최적이 아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데 집중한다. 웹사이트와 제품을 디자인할 때 이러한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사용자 경험을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사용자가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기본값을 신중하게 설정하고, 작업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만족화 원리를 디자인에 효과적으로 적용하면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고, 재방문율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